육아와환경

BPA Free 제품은 정말 안전할까?

beautifulsesang 2025. 6. 30. 23:01

BPA-Free라는 문구가 정말 안심할 수 있는 선택일까?

 

최근 몇 년간 육아용품 시장에서는 ‘BPA Free’라는 문구가 당연한 안전 기준처럼 자리 잡았다.
젖병, 물병, 식기류, 보관 용기 등 아기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제품에서
‘BPA Free’ 라벨이 붙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부모들의 기본 소비 습관이 되었을 정도다.
하지만 BPA를 피했다는 것만으로, 과연 우리는 진짜 안전한 선택을 하고 있는 걸까?

비스페놀A(Bisphenol A, BPA)는 플라스틱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대표적인 합성 화학물질로,
내분비계에 작용하여 호르몬 균형을 교란하는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된다.
2000년대 이후 BPA의 유해성이 국제적으로 알려지며,
많은 국가에서 유아용품에 BPA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했고,
이에 따라 시장에는 ‘BPA Free’라는 대체 제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문제는 BPA를 대체한 성분들, 즉 BPS(비스페놀S), BPF(비스페놀F) 등도
구조적으로 BPA와 매우 유사하며,
생물학적 작용 방식에서도 내분비계 교란 가능성을 가진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BPA-Free 제품이 반드시 무해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과학적 논의가 현재 진행 중이다.

이 글에서는 BPA의 유해성, 대체 화학물질의 등장 배경,
그리고 실제 연구를 바탕으로 대체물질의 안전성 문제를 살펴보며,
부모가 육아용품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보다 근본적인 기준과 시각에 대해 제안하고자 한다.

BPA free 안전할까?

BPA의 문제는 무엇이었나 , 내분비계 교란의 대표 화학물질

 

비스페놀A(BPA)는 1950년대부터 플라스틱 제조에 광범위하게 사용된 화학물질로,
특히 폴리카보네이트(PC) 플라스틱에폭시 수지의 주요 원료였다.
BPA는 투명하고 내열성이 강해 젖병, 유아식기, 식품용기, 캔 내부 코팅제 등
아기의 일상용품에 흔하게 쓰여왔다.

하지만 BPA가 문제시된 것은 이 물질이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해 호르몬처럼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1990년대 후반부터 BPA의 내분비계 교란 가능성에 대한 동물 실험 결과가 발표되기 시작했고,
이는 인간의 생식 기능 저하, 조기 사춘기 유발, 비만, 갑상선 기능 이상 등과 연관된다는
역학 연구와 함께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2008년 캐나다 정부는 세계 최초로 BPA를 유독물질로 지정하며 유아용품에 사용을 금지했고,
미국, 유럽, 한국 등도 점차적으로 영유아 제품에서의 사용 제한 조치를 도입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들은 BPA를 배제한 새로운 소재 개발에 착수했고,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BPA-Free 플라스틱, 즉 BPS(비스페놀S), BPF(비스페놀F), 트라이탄(Tritan) 등의 대체물질이다.

겉으로는 “무해한 대체재”처럼 소개되었지만,
이들 물질의 화학구조는 BPA와 매우 유사하며,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비슷한 방식으로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이 점차 밝혀지고 있다.
이는 단지 물질 하나를 대체했다고 해서 근본적인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BPA-Free의 대체물질, 정말 안전한가?

 

BPA-Free 제품이 안전하다고 말하기 위해선, 대체 화학물질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근거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이 물질들에 대한 장기적 노출 영향 연구가 부족하거나 불완전한 상태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BPS(비스페놀S)BPF(비스페놀F)
BPA와 구조상 거의 동일하며,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결합하는 능력 또한 유사하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한다.

2015년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NIEHS)의 실험에서는
BPS에 노출된 쥐가 생식기 형성 이상과 정자 수 감소, 호르몬 분비 변화를 보였으며,
BPF 또한 뇌 신경세포의 시냅스 형성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BPS, BPF도 잠재적인 내분비계 교란물질임을 시사한다.

또한, 이 물질들이 플라스틱 내부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온도 변화나 반복 세척, 자외선 노출 등에 의해 점차 용출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즉, “BPA-Free” 제품이라 하더라도 열에 자주 노출되는 젖병이나 빨대컵, 식기류 등에서
유사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
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일부 브랜드에서는 ‘Tritan’이라는 신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나,
이 역시 2020년 이후 독성 가능성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트라이탄은 제조사인 이스트만(Eastman)이 무독성임을 강조하지만,
외부 독립기관의 장기 연구나 인체 대상 역학자료는 매우 제한적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BPA-Free”라는 문구 자체가
위험이 없다는 증거가 아니라, 단지 BPA만은 사용하지 않았다는 정보에 불과하다.
소비자는 이 문구에 대해 과도한 신뢰를 갖기보다는,
제품 성분과 제조 방식에 대한 보다 종합적이고 비판적인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부모가 현명하게 선택하기 위한 기준은 무엇인가?

 

육아용품의 안전성을 판단할 때 “BPA-Free”라는 마케팅 문구 하나만으로
신뢰를 부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소비 방식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대체물질의 안전성은 아직 과학적으로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고,
일부는 BPA보다 더 강한 내분비계 작용을 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부모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중심으로 보다 입체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첫째, 플라스틱 외의 재질 선택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유리, 스테인리스, 실리콘(무가교 방식), 천연 목재 등은
상대적으로 화학물질 용출 가능성이 낮고, 내구성이나 환경 측면에서도 장점이 많다.
특히 열을 가하거나 음식을 담는 용도에서는 유리와 스테인리스가 가장 안전한 선택지로 평가된다.

둘째, 제품의 용도와 사용 환경을 고려하여 구매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실내에서 단시간 사용하는 컵과, 매일 열탕 소독하는 젖병은
재질에 따라 안전성 차이가 크기 때문에,
사용 빈도와 세척 방식까지 고려한 소비가 필요하다.

셋째, 공신력 있는 안전 인증을 받은 제품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KC 인증 외에도,
유럽의 OEKO-TEX, 독일의 LFGB, 미국의 FDA, 일본의 ST 인증 등
다양한 국제 기준을 확인하고 비교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보다 객관적인 제품 평가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완벽하게 안전한 물질은 없다’는 전제 아래,
화학물질 노출을 줄이기 위한 생활 속 실천을 병행하는 태도
가 필요하다.
즉, 특정 제품 하나로 안전을 확보하려 하지 말고,
다양한 선택과 실천으로 위험을 분산시키는 ‘현명한 소비자 전략’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육아 환경을 만드는 데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