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환경

유아기 환경문해력(Eco-literacy) 교육이 필요한 이유

beautifulsesang 2025. 7. 11. 08:04

환경문해력, 왜 유아기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기후위기와 환경 재난이 일상이 된 시대, 교육은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에 머무를 수 없다. 특히 유아기 교육은 생애 전반의 가치관, 태도, 인지방식 형성에 핵심적인 시기로, 아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갈지를 결정짓는 기초를 만든다. 그렇기에 오늘날 유아교육은 단지 인지 능력이나 사회성 발달만을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기본 감각과 이해 능력, 즉 환경문해력(Eco-literacy)을 함께 길러야 한다.

환경문해력이란 환경 문제를 이해하고, 자연 생태계의 구조와 인간의 영향을 파악하며, 이를 바탕으로 책임감 있는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것은 과학적 지식뿐 아니라, 감정적 공감력, 윤리적 사고, 행동 역량까지 포함하는 통합적 개념이다. 특히 유아기는 언어 이전에 감각과 경험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자연 경험과 생태적 개념의 반복적 노출을 통해 환경문해력의 기초가 형성된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유아 교육 현장에서는 환경문해력이 체계적으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활동 위주의 자연놀이, 생일 때 나무 심기, 일회성 캠페인 등은 의미는 있지만, 아이가 환경과 사회 구조의 연결성을 이해하거나 지속적인 태도로 내면화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이 글에서는 유아기 환경문해력 교육의 필요성과 그 교육이 갖는 확장 가능성, 사회적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유아기 환경문해력 교육

 

 

유아기의 뇌 발달과 생태 감각: 때를 놓치면 늦는다

 

유아기는 뇌의 시냅스가 가장 왕성하게 발달하는 시기이며, 감정·언어·운동·감각 등 모든 영역이 동시에 확장된다. 이 시기의 경험은 단순한 지식 축적을 넘어서 아이의 사고 틀과 정서 반응 방식을 결정짓는다. 특히 3세에서 7세 사이의 아이는 감각 자극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주변 환경과 반복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과정 속에서 ‘세계에 대한 의미’를 구성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에 환경문해력을 기초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빗물을 받아보며 물이 순환한다는 사실을 직접 보고, 흙 속 벌레를 관찰하며 생물 다양성에 대한 감각을 갖고, 떨어진 낙엽을 모아보며 계절 변화와 자연의 순환 구조를 이해하는 일은 단순한 활동을 넘어 생태계 전체의 작동 원리를 체감하는 생생한 교육이다. 이러한 감각 기반의 체험은 후속 학령기에서 이뤄질 과학 교육, 시민 교육, 윤리 교육의 기반이 된다.

더불어 이 시기의 아이들은 감정이입 능력이 급속도로 자라기 때문에, 환경 파괴의 결과로 고통받는 생명체에 대한 공감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심리적 여건이 형성된다. 이런 정서적 반응은 단순한 연민이나 감정 표현에서 멈추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기초적 태도를 형성한다. 반면 이러한 시기를 지나친 후에 환경문해력을 교육하려고 하면, 아이는 이미 ‘자연은 교과서 속 내용’, ‘환경은 남이 지키는 것’이라는 거리감을 갖기 쉽다.

결국 유아기의 환경문해력 교육은 ‘조기교육’의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삶의 근본 구조와 관계맺는 방식을 형성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시기에, 필수적인 감각과 이해의 틀을 마련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을 놓친다면 이후의 정보 전달형 환경교육은 단지 지식 축적에 머물고 행동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환경문해력은 삶의 태도를 설계하는 교육이다

 

환경문해력은 단지 ‘지구를 살리자’는 구호를 암기시키는 교육이 아니다. 그것은 아이가 매일의 생활 속에서 어떻게 선택하고 행동할지를 결정하는 삶의 태도 형성 교육이다. 이를테면 음식을 남기지 않는 습관, 물을 아껴 쓰는 태도, 장난감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쓰레기를 줄이는 생활 방식 등은 모두 환경문해력의 실천적 표현이다. 이런 습관은 ‘외부에서 강요된 규칙’이 아니라, 환경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함께 형성될 때만 진정성 있게 자리 잡을 수 있다.

또한 환경문해력은 복잡한 사회 구조에 대한 감수성과 연결된다. 왜 플라스틱이 문제인지, 누가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지, 어떤 나라가 더 큰 피해를 입는지에 대한 질문을 유아기 수준에서 탐구하게 하는 것은 공정성과 연대의 감각을 기르는 기초가 된다. 예컨대 ‘더운 나라 아이들은 왜 물이 부족할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지리 지식을 넘어서, 자원의 불균형, 생존의 불평등, 그리고 환경 정의에 대한 윤리적 질문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처럼 유아기 환경문해력 교육은 나-사회-자연의 연결 고리를 직관적으로 체득하게 하고, 삶의 구조를 비판적으로 인식하며 선택하는 힘을 기르게 한다. 이는 이후 학령기 시민 교육이나 사회과학 교육, 도덕 교육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장기적으로는 생태 시민으로서의 자기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기반이 된다. 요컨대 환경문해력은 과목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철학의 출발점이다.

 

유아기 환경문해력 교육,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이처럼 환경문해력 교육이 유아기부터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실천 단계로 들어가면 여러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한다. 특히 바쁜 가정 환경, 제한된 자연 접근성, 교육자의 준비 부족 등은 주요한 장애 요소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작고 일상적인 실천에서부터 환경문해력 교육을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존재한다.

가장 기본적인 접근은 부모와 교육자가 자연 관찰과 생활 대화를 의도적으로 반복하는 것이다. 매일 걸어가는 길에서 하늘의 색, 나뭇잎의 변화, 곤충의 유무를 아이와 함께 살피고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연은 계속 변하고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체득하게 된다. 비가 오는 날 창밖을 보며 ‘빗물은 어디로 가는 걸까?’를 묻고, 답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환경문해력의 기반을 형성한다.

또한 지역 사회와 연계한 텃밭 활동, 자연물 놀이, 계절 체험 활동 등을 통해 아이가 직접 환경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정답을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고 탐색하게 하는 열린 교육 방식이다. 예컨대 쓰레기를 주우면서 “이 쓰레기는 어디서 왔을까?”, “왜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와 같은 질문은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교사와 부모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환경문해력은 단지 유아 대상 교육이 아니라, 성인 스스로가 생태적 감수성을 갖고 살아가는 태도를 보여주어야 가능한 교육이다.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는 모습, 자원순환센터를 함께 방문하는 경험, 기후 뉴스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는 모두 환경문해력 교육의 실천이 된다. 아이는 교육을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 익히고 흡수한다. 환경문해력 교육은 아이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하며, 이는 어른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