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환경

도시 생물 다양성 감소가 아이의 생태 감수성에 미치는 영향

beautifulsesang 2025. 7. 5. 06:55

아이는 살아 있는 자연을 보고 자랄 권리가 있다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나무보다 전봇대에 더 익숙하고, 새의 울음소리보다 자동차 경적 소리에 먼저 반응한다. 이처럼 현대 도시환경은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자연 자원의 양과 질에서 뚜렷한 한계를 갖는다. 특히 도심의 생물 다양성, 즉 도시 공간 안에서 존재하는 식물·곤충·조류·소형 포유류 등 살아 있는 생물 종의 다양성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 원인은 도시화, 토지 피복 증가, 아스팔트화, 녹지 파편화, 조경 단순화 등에 있으며, 이로 인해 아이들은 점점 다양한 생명과 마주할 기회 자체를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도시 생물 다양성의 감소는 단순한 생태계 손실 문제가 아니라, 아동의 인지·정서·감각·도덕성 발달에 구조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연을 체험하고 관찰하며 생명과의 거리를 좁혀온 세대들과 달리, 오늘날의 많은 아이들은 자연을 영상이나 그림책으로만 접한다. 이는 '자연과의 거리'를 확장시킬 뿐 아니라, 생태 감수성의 약화로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환경 감수성’을 갖춘 시민으로 성장할 기반 자체가 취약해지는 문제를 유발한다.

 

도시 생물 감소가 생태 감수성에 미치는 영향

 

 

생물 다양성과 생태 감수성의 과학적 연결

 

생태 감수성(ecological sensitivity)이란, 생물과 자연 현상에 대해 정서적 반응을 할 수 있는 능력, 즉 ‘살아 있는 생명체와의 정서적 교감’과 ‘생태계에 대한 도덕적 공감 능력’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심리학과 환경교육학에서는 이 감수성이 어린 시절 자연 경험의 빈도, 질, 다양성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0세부터 7세까지의 유아기는 뇌 발달과 감정 조절 능력이 급속도로 발달하는 시기이며, 이 시기의 자연 자극 경험은 아이의 감정 조절, 스트레스 회복력, 공감 능력 형성에 깊이 작용한다.

그런데 생물 다양성이 감소한 도시에서는 아이들이 관찰 가능한 생물의 종류 자체가 제한되어 있다. 예를 들어, 녹지가 제한된 도심에서는 대부분 동일한 종류의 조경수, 정제된 잔디, 상업적 수목이 배치되어 있다. 그 결과, 아이는 다양한 식물의 질감, 색상, 냄새를 접할 기회를 갖지 못하며, 곤충이나 작은 동물들과의 우발적 만남도 줄어들게 된다. 생물 종의 단조로움은 곧 경험 자극의 단조로움으로 이어지고, 이는 정서 자극의 폭과 공감의 깊이를 함께 제한하게 된다.

미국의 한 생태심리학 연구에서는 어린 시절 다양한 생물종과 직접적인 접촉을 한 경험이 있는 성인이, 환경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생물 보호 활동에 더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즉, 생태 감수성은 단지 ‘자연을 좋아하는 감성’이 아니라, 환경적 책임 행동의 심리적 기반이다. 따라서 도시 생물 다양성의 감소는 개인적 차원의 발달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환경 대응 역량을 약화시키는 구조로 작용할 수 있다.

 

도시 아이들이 경험하는 ‘비자연적 성장환경’의 문제

 

도시 아동은 대부분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생활하며, 이러한 비자연적 환경은 아이의 성장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특히 외부 활동의 공간이 제한되고, 자연과 접촉하는 경험이 줄어들면서 아이들은 자연을 대상으로 ‘관찰하고 느끼는 존재’가 아니라, ‘구경하고 소비하는 콘텐츠’로 인식하게 된다. 이는 생태 감수성의 본질적 약화를 초래하며, 나아가 환경을 자신의 삶과 분리된 외부 개념으로 이해하는 사고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많은 도시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는 여전히 실내 중심 교육과 플라스틱 교구 중심 활동에 집중돼 있다. 자연을 재현한 교육 영상, 인공적인 실내 정원, AR 기반의 생물학 콘텐츠는 교육적으로 보완적 역할은 가능하지만, 실제 생물과의 상호작용을 대체할 수 없다. 실제 자연을 만지고, 냄새 맡고, 기다리고, 실패하고, 생명 주기를 지켜보는 경험은 오직 진짜 자연에서만 가능하다.

또한 부모들은 도시 생활의 효율성과 안전을 이유로, 아이와 자연의 거리를 더 넓히는 선택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비 오는 날 진흙에서 뛰는 것을 막고, 벌레를 무서워하도록 가르치며, 나무 위에 오르는 행동을 위험하게 판단한다. 이는 보호자 입장에서는 당연할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자연에 대한 부정적 감정의 축적이 되고, 나아가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호기심을 억제하게 만든다. 도시 환경이 제공하지 못하는 생태적 다양성은 결국 아이의 정서적 구조까지 바꾸고 있는 셈이다.

 

도시 속 생물 다양성을 되살리기 위한 육아 전략

 

도시 생물 다양성의 감소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다. 그러나 부모와 지역사회, 교육기관의 의식과 실천에 따라 아이가 경험하는 ‘자연의 총량’을 늘릴 수는 있다. 첫 번째 전략은 아이의 일상에서 자연과의 반복적이고 감각적인 접촉을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단순히 공원에 가는 것보다 ‘느리게 걷기’, ‘꽃 이름 알아보기’, ‘곤충 관찰 일지 쓰기’ 같은 작은 활동을 일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시 공원, 가로수길, 아파트 화단 등에서 발견되는 미소 생물종들과의 상호작용은 아이의 생태 감수성 발달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두 번째는 가정 내 생물 다양성 확장 전략이다. 반려식물, 작은 어항, 베란다 텃밭, 유리병 생태계 만들기 등은 집 안에서도 생물과 공존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아이가 직접 물을 주고 관찰하며 성장 주기를 기록하도록 돕는다면, ‘책임감 있는 자연 관찰자’로서의 역할을 경험할 수 있다. 단순한 장식용 화초가 아니라, 아이가 돌보는 생명체로서의 식물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세 번째는 학교와 지역사회 차원의 생태 공간 확장이다. 유치원·초등학교 교육과정에 ‘지역 생물종 관찰 교육’을 포함하거나, 지역 도서관과 연계된 자연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도 효과적이다. 또한 지자체는 도시계획에서 생물 다양성을 고려한 조경, 곤충 서식지 조성, 야생화 정원 확대 등의 정책을 통해 아이가 만날 수 있는 생물 종의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결국 생물 다양성은 정책, 교육, 가정 모두가 협력할 때 회복 가능한 ‘아이의 성장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