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환경

텃밭 육아: 아이와 함께 기후위기 대응 실천하는 법

beautifulsesang 2025. 7. 4. 22:27

기후위기 시대, 육아에도 ‘기후 감수성’이 필요하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다. 연이은 폭염, 국지성 폭우, 이상 한파와 같은 기후 재난은 이미 일상 속으로 침투했고, 부모들은 아이를 키우는 공간에서도 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육아 정책과 실천들은 여전히 ‘아이의 안전’을 중심으로만 작동하고 있으며,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육아는 주체가 아닌 수혜 대상으로만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일부 부모들은 ‘텃밭 육아’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육아와 환경 교육을 연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텃밭 육아란 단순히 아이와 식물을 키우는 것을 넘어, 아이의 감각, 사고, 정서 발달 과정에서 기후감수성과 생태적 사고력을 함께 길러주는 육아 방식을 의미한다. 도시화된 생활 속에서 아이가 자연과 단절된 환경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고, 그 결과로 생태문해력의 결핍이 유년기부터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텃밭은 자연을 축소한 살아 있는 교육장이며, 아이가 오감으로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가치, 기후와 날씨의 변화를 체득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는 아이에게 기후위기를 두려워하게 하기보다 ‘함께 실천할 수 있다’는 정서적 주체감을 심어주는 경험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텃밭 육아는 단순한 취미활동을 넘어 기후시민 양육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텃밭육아 아이와 함께 기후위기 대응

 

텃밭이 아이에게 주는 성장의 자원과 기후 감수성

 

텃밭은 아이의 전인적 성장에 유익한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첫째로, 감각 발달이다. 흙을 만지고,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련의 활동은 아이의 촉각, 후각, 시각, 미각을 고루 자극하며 오감 자극은 정서적 안정과 뇌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유아기에는 언어보다 감각 경험이 먼저 발달하는데, 텃밭은 아이의 감각 자극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살아 있는 환경이다.

둘째로, 기후 감수성 형성이다. 텃밭을 돌보는 과정에서 아이는 날씨와 계절 변화에 대한 민감성을 기르게 된다. 비가 오면 물이 충분해서 물을 덜 줘도 되고, 해가 너무 강하면 식물이 타들어간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우게 된다. 이는 단순히 ‘기후가 변덕스럽다’는 지식적 이해를 넘어, 아이가 자연의 변화에 ‘관계 맺는 태도’를 갖게 되는 과정이다. 기후 감수성은 단순한 정보 수용 능력이 아니라, 기후와 정서적으로 연결되고 행동으로 반응하는 능력을 말하며, 이는 성인이 된 후 기후 대응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셋째로, 자존감과 책임감이다. 아이가 스스로 심은 씨앗이 자라고, 열매를 맺고, 식탁에 오르는 과정을 경험하면 자아존중감과 자기 효능감이 높아진다. ‘내가 직접 키웠다’는 성취감은 정서적 안정과 부모-자녀 관계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는 단순히 농작물 생산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며 조율하는 능력을 익히는 데 기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자연과 연결된 존재로서의 자기 인식을 형성하게 되고, 이는 기후위기 대응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텃밭 육아를 통한 일상 속 기후위기 대응 교육 실천

 

텃밭은 단지 식물을 기르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실천의 장이다. 부모는 아이와 함께 다음과 같은 주제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험하고 대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물을 절약하는 관수법(빗물 재사용), 퇴비 만들기, 유기농업과 화학 비료의 차이, 병충해 대응법 등을 아이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고 실천하는 방식은 자연스러운 환경교육이 된다. 아이는 텃밭을 통해 '내가 키우는 방식'에 따라 자연이 달라질 수 있다는 피드백을 직접 받게 되며, 이는 책임감을 동반한 환경행동의 기초가 된다.

기후위기를 설명할 때, 아이에게 ‘지구가 위험하다’는 공포감 중심의 접근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이 있다'는 가능성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 텃밭 육아는 기후위기를 교과서 속 정보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스스로 실천하고 관찰하며 행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준다. 최근 유럽 환경교육 학계에서는 텃밭 교육을 ‘기후시민교육의 1차 단계’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아이가 참여하는 생활 속에서 기후위기를 느끼고 해석하는 감각을 키워주는 중요한 기반이다.

또한 텃밭은 순환경제 개념과도 연결된다. 남은 음식물로 퇴비를 만들고, 모종을 재활용하며, 수확물을 나누는 경험은 아이에게 ‘소비가 아닌 재사용’의 개념을 심어주고, 자원 절약의 가치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한다. 이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기후위기 대응의 구조적 원리를 아이 수준에서 체험하는 학습 기회가 된다. 이처럼 텃밭 육아는 ‘놀이’와 ‘교육’을 연결하고, ‘지식’과 ‘실천’을 일상화하며, 기후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한 경험 기반을 만들어준다.

 

텃밭 육아를 시작하기 위한 현실적 전략과 제언

 

텃밭 육아는 반드시 넓은 정원이 있어야 가능한 것은 아니다. 베란다, 창가, 아파트 옥상, 심지어 실내에서도 작은 화분 하나로 시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공간의 크기가 아니라 아이와의 지속적인 돌봄 관계가 형성되는가이다. 부모는 매일 물을 주고, 싹이 트는 것을 관찰하며, 함께 이야기 나누는 과정을 통해 아이와 자연을 매개로 연결된다. 텃밭은 공동의 프로젝트이자, 공동의 책임이다. 그 과정을 통해 아이는 생명의 소중함, 환경의 복잡성, 기후의 불확실성을 경험하며 ‘자연의 일부’로 자란다.

현실적인 전략으로는 우선 아이의 나이에 따라 맞춤형 작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유아기에는 성장 속도가 빠르고 결과가 눈에 띄는 상추, 방울토마토, 부추, 바질 등이 적합하다. 생태적 관심이 생긴 이후에는 다년생 식물이나 지역 종자 보존 활동과 연결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지자체나 교육청 주도로 텃밭 체험 학습장이 마련되는 경우도 있으며, 유아 대상 생태 텃밭 교육 키트도 다수 출시돼 있다.

정책적으로는 텃밭 육아가 보편화될 수 있도록 아파트 커뮤니티 공간에 공동텃밭 조성을 장려하고, 영유아를 위한 ‘기후 감수성 교육’에 텃밭 활동을 연계해야 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육과정에서도 텃밭을 단발성 체험이 아닌 연중 생태 프로젝트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과 교육자료가 확보되어야 한다. 텃밭 육아는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에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는 과정’이며,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지속가능한 삶의 태도와 기후적 책임감을 몸으로 익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