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환경

어린이 전용 환경뉴스 콘텐츠의 필요성과 미디어 격차 문제

beautifulsesang 2025. 7. 25. 21:03

기후위기 시대, 어린이도 ‘환경 정보’를 필요로 한다

기후위기가 일상화된 사회에서 정보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탄소중립, 미세먼지, 생물다양성 붕괴, 재생에너지 전환 등은 더 이상 어른들만의 이슈가 아니며, 학교와 가정, 마을과 도시 전반에 걸쳐 아이들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폭염으로 외부활동이 제한되고, 대형 산불로 공기질이 악화되며, 일회용품 규제로 생활 방식이 바뀌는 등 환경 문제는 아동의 생활 조건을 구성하는 핵심 변수가 되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아동이 환경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공식 채널이나 콘텐츠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뉴스 콘텐츠는 대부분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복잡한 과학 용어나 정치적 맥락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아동에게 적절한 수준의 정보 전달은 방치되거나 생략된다. 환경 문제는 아이에게도 중요한 사회적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아동이 이를 자기 언어로 이해하고,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며, 행동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이 글에서는 어린이 전용 환경뉴스 콘텐츠의 필요성과 그 부재가 초래하는 미디어 격차 문제를 분석하고자 한다. 아동이 기후위기 시대의 주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환경교육을 넘어 정보 접근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특히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해석하는 능력은 아동의 세계 인식과 시민성 형성의 기초이기 때문에, 이를 방치하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에 적절한 시민 양육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어린이 전용 환경뉴스의 필요성과 미디어 격차

 

 

아동용 환경 정보 콘텐츠의 부재와 그로 인한 인식의 단절

현재 국내외 대부분의 뉴스 미디어는 기후위기를 국가 정책, 과학적 경고, 산업계 동향 중심으로 다룬다. 그러나 이러한 뉴스 구조는 아동이 이해하기에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고차원적인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탄소세, IPCC 6차 보고서, RE100, ESG 등은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설계된 용어이며, 아동이 직접적으로 접하거나 해석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 결과, 아이들은 환경 문제를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음에도 ‘자신과 상관없는 문제’로 인식하거나, 뉴스에서 다루는 기후 재난을 일시적인 자연 현상 정도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지 정보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삶과 지구의 문제를 연결하는 정서적 회로가 형성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이다.

더불어, 일부 환경 교육 콘텐츠가 아동용으로 제작되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일회성 캠페인, 영상 애니메이션, 교실 단위의 교육 자료에 국한되어 있다. 일상적으로 접하는 뉴스와 정보 채널, 디지털 콘텐츠 안에서 지속가능하게 업데이트되는 ‘아동용 뉴스’는 매우 희소하다. 이로 인해 아동은 환경 이슈를 '이벤트'처럼 간헐적으로만 인식하고, 그로부터 연속적인 관심이나 참여를 이어가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은 특히 생애 초기 정보 감수성을 형성하는 8세~12세 아동기에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시기의 아이는 사회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 추상적 개념보다는 구체적 언어, 친숙한 사례, 시각적 자극 중심의 정보 구조를 필요로 한다. 아동이 접근할 수 있는 뉴스 포맷의 부재는 결국 정보 격차를 넘어 ‘감정 격차’, ‘참여 격차’로 이어지게 된다.

 

디지털 미디어 속 아동의 정보 격차와 계층화

 

아동의 정보 격차는 단순히 콘텐츠의 부재만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디지털 기기 접근성과 부모의 미디어 사용 태도, 가정의 정보 환경 수준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저소득 가정의 아동일수록 인터넷 기반 환경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기기나 안정된 네트워크 환경이 부족하며, 부모가 생계에 집중하는 구조에서는 뉴스 정보를 함께 해석해줄 보호자도 부재하기 쉽다.

이러한 격차는 아동의 사회적 배경에 따라 환경 정보의 편중 소비를 초래하며, 장기적으로는 환경 감수성과 기후 시민성의 계층화를 고착화시킨다. 예컨대, 중산층 이상 가정의 아동은 학교 밖에서도 도서관, 환경단체, 친환경 캠프, 디지털 교육 플랫폼 등을 통해 비교적 다양한 방식으로 환경 정보를 접할 수 있다. 반면 정보 접근성이 낮은 아동은 학교 교육 외에는 기후 이슈에 대한 정보를 거의 접하지 못하며, 자신이 기후위기의 당사자라는 자각조차 형성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정보 격차가 환경에 대한 ‘불균형적 책임감’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일부 아동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본인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변화시키는 데 익숙한 반면, 정보에 소외된 아동은 문제에 대한 인식조차 갖지 못해 책임감이나 참여 의지를 기르지 못한다. 이러한 차이는 훗날 환경 시민으로 성장했을 때 기후 정책에 대한 참여, 지속가능한 소비, 지역 환경 운동 참여 여부 등에까지 격차를 확대시킬 수 있다.

이처럼 아동을 위한 뉴스 콘텐츠의 부재는 단순한 정보 격차를 넘어, 민주적 참여 기회와 환경 정의 실현의 문제로 연결된다. 정보는 곧 권력이며, 기후위기 시대의 정보 접근권은 아동의 기본권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어린이 전용 환경뉴스 콘텐츠 구축을 위한 제도적 방향

 

기후위기 시대에 아동이 시민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환경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교육 자료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접속 가능한’ 뉴스 콘텐츠 기반이다. 아동 전용 환경뉴스는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제공한다.

이러한 콘텐츠는 다음과 같은 원칙에 기반해 개발되어야 한다. 첫째, 연령별 인지 발달 수준에 맞는 언어와 시각 구성이 필요하다. 추상적 개념보다는 구체적인 사례 중심의 구성, 복잡한 통계보다는 간단한 비교 이미지나 설명 중심의 포맷이 아동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 둘째, 뉴스 전달뿐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참여를 유도하는 형식이 중요하다. 예컨대 “우리 동네에서 플라스틱을 줄이려면 어떤 일이 필요할까?” 같은 질문을 함께 던지는 형식은 아동이 능동적으로 정보에 개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셋째, 뉴스 콘텐츠는 일회성 교육자료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플랫폼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영방송, 교육부,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연계하여 국가 차원의 어린이 기후뉴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또한 다양한 계층의 아동이 접근할 수 있도록, 디지털뿐 아니라 종이, 오디오, 라디오 등 다양한 미디어 포맷으로 병행 배포하는 다채널 전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부모와 교사를 위한 ‘뉴스 해설 가이드’ 제공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아동이 뉴스를 접한 뒤 보호자나 교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정보의 내면화와 감정적 이해가 가능하다. 결국, 어린이 전용 환경뉴스 콘텐츠는 단순히 ‘어린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미래세대를 동등한 시민으로 존중하고 있다는 선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