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환경

아이의 환경 행동은 부모의 행동을 따라 배운다

beautifulsesang 2025. 6. 29. 08:28

환경 교육, 말보다 ‘행동’이 먼저다

 

환경 문제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변화, 자원 고갈, 미세플라스틱, 생물 다양성 파괴 등은 이미 오늘날 아이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자연을 아끼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는다.
하지만 실제로 아이가 환경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가지게 만드는 데 있어,
부모의 말보다 훨씬 강력한 것이 바로 ‘행동 모방’이다.

발달심리학과 행동심리학은 일관되게 강조한다.
어린 시절의 학습은 지식이나 규범이 아니라 ‘관찰’과 ‘모방’으로부터 시작된다.
특히 환경 행동처럼 일상 속 습관이 중요한 가치일수록, 부모가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느냐가 아이에게 그대로 전이된다.
즉, 재활용을 할 때, 물을 절약할 때, 플라스틱 대신 대체재를 사용할 때,
아이들은 그것을 하나의 ‘규범’이 아닌, ‘삶의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 글에서는 행동 모방의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부모의 친환경 행동이 아이의 환경 감수성 및 실천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
일상 속에서 실천 가능한 구체적 사례를 통해
지속가능한 육아의 실제 전략을 제시한다.

 

아이의 환경행동과 부모의 행동

 

 아이는 말보다 행동을 본다 (행동 모방의 심리학)

 

행동 모방의 대표적인 이론은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가 제안한 사회학습이론(Social Learning Theory)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보상과 처벌이라는 결과뿐만 아니라,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함으로써 새로운 행동을 학습한다.
특히 부모처럼 정서적으로 밀접하고, 권위를 가진 인물은 가장 강력한 모델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부모가 물건을 구입할 때 ‘친환경 제품’을 고르는 것을 아이가 자주 본다면,
아이 역시 나중에 비슷한 상황에서 의식적으로 ‘환경을 고려한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단순한 흉내 내기가 아니라, 아이의 가치 판단 기준이 형성되는 과정이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아이는 만 2세 무렵부터 관찰한 행동을 기억하고,
의도적으로 따라 하기 시작
한다.
이는 언어나 이성적 판단이 충분히 발달되지 않았더라도,
이미 행동의 방식과 결과를 비교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부모가 매일 텀블러를 사용하고, 일회용 플라스틱을 피하며, 재사용 가능한 물건을 선호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면,
아이의 무의식에는 이미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라는 규범이 자리 잡게 된다.
이러한 초기 행동 기반은 이후 유치원, 학교 등 외부 사회에서도 동일한 가치로 확장되어,
아이의 환경 행동 일관성을 높여주는 핵심 기반이 된다.

 

환경 감수성은 어떻게 길러지는가  (부모 행동의 연쇄 효과)

 

환경 감수성(environmental sensitivity)은 단지 환경에 대한 지식이 많거나,
자연에 흥미를 느끼는 수준을 넘어, 환경 문제에 대해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행동으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감수성은 외부에서 주입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 경험과 관계를 통해 형성되며, 그 중심에 부모가 있다.

예를 들어, 부모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모습을 아이가 반복적으로 본다면,
아이 역시 장보기를 놀이처럼 여기며, 자연스럽게 ‘한 번 쓰고 버리는 소비는 피하는 것’이라는 감각을 익히게 된다.
이처럼 반복적 관찰과 경험을 통해 환경 행동은 아이의 무의식적 가치로 전환된다.

국내외에서 진행된 관련 연구도 이러한 점을 뒷받침한다.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의 연구에서는 초등학생 자녀의 환경 행동 점수는 부모의 생활 속 친환경 실천 수준과 유의미한 정적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또한 일본 교토대학의 아동발달 연구에서는 어릴수록 부모의 친환경 행동을 더 강하게 모방하며,
이러한 모방 행동은 유년기 이후까지 일관된 친환경 습관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높다
고 분석되었다.

결국 아이에게 ‘환경에 관심을 가지라’고 말로 교육하는 것보다,
부모가 친환경 행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그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이 된다.
특히 ‘재미’나 ‘놀이’의 형태로 행동을 함께하는 방식은 아이의 정서와 인지를 동시에 자극하는 효과적인 전략이다.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친환경 행동 루틴

 

아이에게 환경 감수성과 친환경 행동을 자연스럽게 전이시키기 위해,
부모는 일상 속에서 다음과 같은 구체적 루틴을 실천할 수 있다.

첫째, 재사용 기반의 생활 습관을 함께 만들기다.
예를 들어, 외출 시 아이에게 직접 텀블러나 손수건을 챙기게 하거나,
기저귀 가방 안에 일회용 대신 다회용 용기를 넣는 습관을 들이면,
아이에게는 이것이 표준적인 생활 방식으로 자리잡는다.

둘째, 분리배출이나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를 놀이처럼 함께 하기다.
부모가 "이건 어디에 버릴까?"라고 질문하고,
아이가 스스로 분리함을 선택하게 유도하면,
주체적 행동이 강화되어 행동이 반복되는 경향이 높아진다.

셋째, 자연에 대한 정서적 연결감을 형성하는 활동을 일상화하는 것이다.
정원에 물을 주거나, 화분을 함께 가꾸거나, 산책 중 만나는 곤충이나 나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작은 자연 경험이 누적되면 아이의 뇌는 ‘자연은 소중하다’는 신경 회로를 구성하게 된다.
이러한 연결감은 훗날 환경 이슈에 대해 공감하고 실천하려는 태도를 만드는 핵심 토대가 된다.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행동의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텀블러를 쓰는 이유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야.”
“이 장난감은 플라스틱이 너무 많아서 다른 걸 골라볼까?”
이러한 설명은 아이가 환경을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자신의 행동과 연결된 실제 가치’로 인식하게 해준다.

결국 아이는 지시보다 모범을 통해 더 많이 배운다.
아이의 환경 행동을 바꾸고 싶다면, 부모의 일상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그 시작은 크고 복잡한 것이 아닌, 매일의 작은 습관이 일관성을 갖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