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환경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아동 건강에 미치는 간접 효과 분석

beautifulsesang 2025. 7. 18. 15:32

온실가스 감축은 아이들의 건강과 무관한 문제일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적, 국가적 노력이 활발히 전개되면서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적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친환경 에너지 전환, 교통 수단의 전기화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억제하고, 기후위기의 속도를 늦추는 데 있다. 이 목표는 흔히 ‘세대 전체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것’으로 설명되지만, 실제로 이 정책들이 현재 아동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분석은 부족한 실정이다.

아이들의 건강은 단순히 의학적 요인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생활환경, 공기질, 도시 구조, 에너지 사용 방식, 교통수단 등 다양한 사회적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이 요소들은 대부분 기후정책의 영향권 안에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이 성공적으로 시행될수록, 결과적으로 아이들이 숨 쉬는 공기가 더 깨끗해지고, 도시의 열환경이 개선되며, 교통 소음과 유해 화학물질 노출이 줄어드는 등 간접적 건강 개선 효과가 발생한다. 본 글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아동 건강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며, 그 중요성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이유와 향후 제도적 개선 방향도 함께 제시한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아이들 건강에 미치는 효과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개선하는 아동 건강 환경 요소

 

가장 직접적인 간접 효과는 대기질의 개선이다. 많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전력 생산과 교통 부문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추진되며, 이는 곧 초미세먼지(PM2.5), 이산화질소(NO₂), 일산화탄소(CO),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등의 유해 물질 배출을 동시에 감소시키는 효과를 낸다. 이들 물질은 모두 아동의 폐 발달, 면역 기능, 신경계 발달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만 5세 이하 아동의 경우,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수록 천식, 기관지염, 아토피 피부염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국내외 다수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두 번째는 열환경의 개선이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탄소중립형 도시계획과 연계되며, 이는 곧 도시 열섬 완화를 위한 녹지 확장, 건물 단열 기준 강화, 고반사 포장재 도입 등의 실천적 변화를 유도한다. 그 결과 도심의 낮과 밤 기온차가 완화되고, 열대야 일수가 줄어들며, 여름철 아동의 체온 조절 부담도 경감된다. 이는 단순한 불편 감소를 넘어 수면의 질 향상, 탈수 예방, 야외 활동 가능 시간 증가 등 전반적인 건강지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셋째는 교통수단의 변화가 만든 환경 소음 감소 효과다. 전기차 보급과 대중교통 친환경화는 단순히 온실가스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도시 내 교통 소음 및 진동 감소로 이어진다. 이는 신경계가 민감한 유아 및 아동의 수면 질 향상과 스트레스 완화에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정서불안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하며, 조용하고 쾌적한 도시 환경은 아동의 뇌 발달과 정서 안정에 결정적인 조건으로 평가된다.

마지막으로는 아동 대상 교육환경의 변화다. 많은 기후대응 도시들은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거나 에너지 자립형 보육시설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실내 공기질이 개선되고, 안정적인 냉·난방 환경이 유지된다. 이러한 환경은 아동의 학습 집중력, 체온 조절, 바이러스 감염률 등에 영향을 미친다. 즉, 온실가스 감축은 결과적으로 아동의 신체 건강뿐 아니라 교육적 환경 질까지 개선시키는 연쇄적 효과를 갖는다.

 

온실가스 감축과 아동 건강의 연결고리가 정책 설계에서 배제되는 이유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아동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정책 문서나 사업계획에서 아동 건강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기후정책 설계가 기술 중심·성인 중심 구조를 띠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주로 산업·에너지·교통·건축 등 기술 인프라 중심 영역에서 수치 기반으로 설계되며, 어린이, 유아, 부모와 같은 생활주체의 건강 변화는 정책 평가 항목에서 소외되기 쉽다.

둘째는 아동 건강 데이터의 부족이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지역 기반의 아동 건강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지만, 국내에는 이와 관련된 통합 데이터셋이 거의 없다. 아동 응급실 내원 기록, 환경성 질환 통계, 미세먼지 노출 영향 데이터 등은 존재하지만, 이를 기후정책과 직접 연결해 해석하거나 활용하는 연구 인프라가 매우 미흡하다. 이는 결과적으로 정책 설계자들이 아동 건강을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성과 항목에서 제외시키는 구조적 원인이 된다.

또한, 아동은 투표권이 없고 정책 로비의 주체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기후 정책 설계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집단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으로 보아도 비합리적이다.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한 건강 편익은 장기적으로 가장 큰 수혜자일 뿐 아니라, 단기적으로도 취약한 존재인 아이들에게 가장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 즉, 정책이 실효성과 사회적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아동 건강의 편익을 명시적으로 반영하는 구조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동 건강을 중심에 둔 기후정책 설계로의 전환 제안

 

기후정책이 아동 건강을 보호하는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정책 목적 자체의 언어가 바뀌어야 한다. 현재까지는 ‘탄소 감축률’, ‘에너지 효율성’, ‘배출량 저감’과 같은 기술적 지표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어린이의 천식 발생률 감소’, ‘폭염 기간 중 아동 응급실 내원율 하락’, ‘실내 공기질 개선을 통한 유아 폐기능 향상’ 등의 건강 기반 지표가 정책 목표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는 기후정책이 보건정책과 통합적으로 설계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수립할 때 ‘아동 영향 평가’를 의무화해야 하며, 특정 지역에서 정책이 시행된 이후 아동의 건강 변화 추이를 지속적으로 추적 조사하는 평가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또한 보건복지부, 교육부, 환경부의 협업을 통해 ‘기후와 아동 건강 통합지표’를 개발하고, 지역별, 계층별 아동의 기후건강 격차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공공 시스템도 병행되어야 한다.

학교와 보육기관 등 아동이 장시간 생활하는 공간에서는 탄소중립 시설 전환이 단순한 에너지 절감 수단이 아니라 건강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정책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 공기순환 빈도, 조도, 온습도 유지 조건 등 아동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환경 요소를 기준으로 한 ‘탄소중립형 어린이집 표준’ 마련도 고려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그 자체로 아동 건강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사회정책 중 하나다. 다만 그 효과를 사회적으로 인식하고, 제도적으로 명시하며, 실천적으로 반영하는 노력이 따르지 않는다면 그 편익은 일부 계층에만 집중되거나, 정책 정당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란 미래 세대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지금 현재 아이들의 건강과 삶을 지키는 오늘의 선택으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