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환경

기저귀부터 장난감까지, 영유아 용품의 탄소발자국 총량 분석

beautifulsesang 2025. 7. 19. 20:48

‘작은 생명’을 위한 소비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탄소발자국

영유아기의 아이를 키우는 일은 사랑과 헌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태어나면서부터 수많은 물품이 필요하며, 아이의 안전, 위생, 발달을 위해 부모는 다양한 제품을 구입하고 사용한다. 문제는 이 육아 과정이 의도치 않게 상당한 양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는 데 있다. 출산 직후부터 사용되는 일회용 기저귀, 물티슈, 아기 침대, 유모차, 분유용품, 장난감까지, 대부분의 육아 용품은 플라스틱, 합성섬유, 전자 부품 등 탄소 집약적인 소재로 제작되며, 제조 및 운송 과정에서도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영유아 소비 영역은 탄소 감축 정책에서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많은 국가에서 차량, 건물, 산업 부문에 대한 탄소 감축 규제는 점점 강화되고 있는 반면, 유아 용품에 대한 탄소발자국 총량 산정이나 생산·유통 방식 개선은 거의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최선의 것을 제공하려는 마음이 자연스럽지만, 이 선택이 환경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 자체가 부족하다.

본 글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데 사용되는 대표적인 영유아 용품들이 생산부터 폐기까지 어떤 탄소발자국을 남기는지, 그리고 이 탄소의 총량이 육아 기간 동안 얼마나 누적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또한, 탄소 저감형 육아를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과 정책적 개선 방향도 함께 제시하며,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육아’가 가능한지를 살펴본다.

 

영유아 용품의 탄소발자국 총량 분석

 

대표 영유아 용품별 탄소배출량 분석

 

영유아 용품 중 가장 탄소배출이 높은 제품은 단연 일회용 기저귀다. 일반적인 기저귀는 석유 기반의 플라스틱, 흡수성 폴리머, 합성섬유로 구성되며, 제조과정에서 기저귀 1개당 평균 550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루 평균 6~8개의 기저귀를 2년간 사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한 아이당 약 3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이는 자동차 한 대가 1,000km 이상 주행할 때 발생하는 배출량과 유사한 수치다.

두 번째로 주목해야 할 품목은 분유와 분유 보관 용기, 수유 용품이다. 분유는 생산 과정에서 유제품 가공이 필수인데, 소 사육, 사료 생산, 젖 가공 과정에서 탄소뿐 아니라 메탄가스도 상당량 배출된다. 평균적으로 분유 1kg을 생산하는 데 약 9~11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며, 분유통은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혼합재로 구성되어 재활용이 어려운 편이다. 또한, 물 끓이기, 보관용 온장기, 살균기 등의 전기 제품 사용이 지속되면서 에너지 소비에 의한 간접 배출량도 무시할 수 없다.

세 번째 영역은 플라스틱 장난감이다. 특히 전자 부품이 포함된 멜로디 장난감, 움직이는 기능이 있는 로봇형 장난감 등은 탄소발자국이 훨씬 크다. 장난감 1개의 평균 탄소배출량은 2~5kg 정도이며, 한 아이가 3년간 사용하는 장난감 개수가 평균 80개 이상임을 고려하면, 장난감 부문에서만 200~400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외에도 유모차, 바운서, 아기 침대, 유아용 가전 등은 하나당 수십 kg 단위의 탄소배출이 동반되는 대형 품목으로 분류된다.

또한, 이 모든 제품들은 대부분 수입·유통 과정을 거치며 장거리 운송에 따른 탄소배출도 함께 발생한다. 항공, 해운, 육상 운송을 통해 들어오는 육아 제품들은 유통망만으로도 평균 제품당 1~2kg의 추가 탄소가 발생한다. 특히 해외 브랜드 고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 한국의 경우, 국내 육아소비가 해외 운송 탄소를 부추기고 있는 구조적 문제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영유아 용품의 전체 탄소발자국 추정과 사회적 함의

 

지금까지의 수치를 종합하면, 아이 1명이 0세부터 3세까지 사용하는 주요 영유아 용품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 총량은 최소 5톤에서 최대 8톤에 이른다. 이는 한국 성인의 연평균 1인당 생활 탄소배출량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며, ‘육아 3년 = 1명분의 탄소 생활권’에 가까운 수치다. 문제는 이 수치가 대부분 ‘불가피한 소비’로 여겨지며, 소비자에게 절감의 선택권이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저소득층 가정은 고효율 제품이나 다회용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부족해, 오히려 더 많은 탄소를 발생시키는 저가 일회용 제품에 의존하게 된다. 이는 탄소소비의 계급화를 의미하며, 경제적 여건이 곧 환경 부담의 양극화로 이어지는 구조적 불평등을 만든다. 부유한 계층이 고가의 친환경 육아를 실천하는 동안, 취약 계층은 생존을 위한 소비 속에서 더 많은 기후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유아 용품 중심의 소비 구조는 폐기물 처리 문제와도 연결된다. 플라스틱 장난감은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으며, 복합 소재로 인해 소각 또는 매립으로 처리된다. 기저귀는 국내에서 매년 1조 원 이상의 처리비용이 발생하는 생활폐기물 중 상위 품목으로, 지자체의 예산과 탄소배출량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친다. 즉, 영유아 용품의 탄소발자국은 개별 가정의 선택이 아닌, 국가의 탄소예산과 환경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이슈로 확장될 수 있다.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 육아 전략과 정책적 방향

 

ㄹ영유아 용품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택의 기준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제품을 고를 때 단순히 가격, 브랜드, 기능만이 아니라 제조방식, 재질, 운송거리, 재사용 가능성 등 탄소 요인을 고려하는 문화가 육아 시장 전반에 확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제품 포장에 ‘제품별 탄소배출량 라벨링 제도’를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유럽에서 이미 일부 시행 중이며, 육아용품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둘째, 정부 차원의 육아 용품 대여 시스템 활성화가 필요하다. 유모차, 바운서, 보행기 등 사용 기간이 짧은 제품을 대여 또는 공유하는 구조를 구축하면 생산과 폐기 과정의 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적으로 운영 중인 ‘육아물품 나눔센터’, ‘공공 대여 플랫폼’은 이를 제도화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셋째는 다회용 기저귀, 친환경 장난감, 재활용 소재 제품에 대한 세제 혜택 또는 구매 지원 정책이다. 친환경 제품은 대체로 가격이 높아 저소득층 접근이 어렵다. 따라서 환경부나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저탄소 육아용품 지원금’을 마련하고, 보육수당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인센티브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부모를 대상으로 한 생애주기별 기후 감수성 교육이 절실하다. 임신, 출산, 육아 전반에 걸쳐 탄소배출 인식과 실천 전략을 제시하는 온라인 콘텐츠, 지자체 교육 프로그램, 건강관리 어플리케이션 내 정보 제공 시스템 등 다채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보와 제도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탄소를 덜 남기는 부모됨’이 가능한 육아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