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부모 교육은 어디에 서 있는가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이상 기후로 인한 계절의 파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상시화, 해수면 상승, 생물다양성 붕괴 등은 이미 전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진행 중이며, 일상 속에서 부모와 아이가 체감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유아와 어린이는 면역력, 체온조절, 호흡기 구조 등의 특성상 환경 변화에 가장 취약한 집단 중 하나다. 그러나 현재의 부모 교육 시스템은 여전히 자녀 양육 기술이나 관계 중심, 학습지도 영역에 머물러 있으며, 기후위기에 대한 체계적이고 실천적인 교육은 거의 부재한 상황이다.
기후위기가 교육의 주요 주제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인식은 교육 현장에서는 점차 확산되고 있지만, 부모 교육 영역에서는 여전히 ‘선택적 주제’로만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위험하다. 오늘날의 부모는 단지 아이를 잘 키우는 역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환경적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 역할은 개인의 도덕적 실천을 넘어, 공동체적 변화의 동력이 되기도 하며, 가족 차원의 지속 가능한 생활양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글은 기후위기라는 전 지구적 과제 앞에서, 부모 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재설계되어야 하는지, 왜 기후위기를 부모 교육의 핵심 주제로 다루어야 하는지를 교육학적·사회적·심리적 관점에서 다각적으로 분석한다. 또한 이를 통해 부모가 아이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가치와 태도의 변화 가능성을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
기후위기 시대, 부모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현대 사회에서 부모는 단순한 보호자이자 양육자의 역할을 넘어, 정보 필터링자, 의사결정자, 생활 습관 설계자, 가치 전이자라는 복합적 역할을 수행한다. 아이가 어떤 방식으로 음식을 섭취하고, 어떤 놀이를 즐기며, 어떤 소비 패턴을 습관화하는지는 결국 부모의 선택과 실천에 따라 결정된다. 기후위기 시대에 이러한 역할은 더욱 확대된다. 아이가 살아갈 환경을 책임지는 것은 단지 생물학적 생존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과 생태 시민의 감수성을 함께 물려주는 일이 된다.
그러나 현재 다수의 부모는 기후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막연하게 느끼고 있을 뿐, 이를 실천으로 연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식이나 방법을 갖고 있지 않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 에너지를 절약하자, 환경을 생각하자 같은 일반적 권고는 많지만, 실제 육아와 일상에서 어떤 방식으로 행동해야 하는지는 학습 기회가 부족하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부모 교육에서 기후위기를 체계적으로 다루는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부모는 아이의 ‘정서적 필터’ 역할을 한다. 아이는 뉴스나 주변에서 접하는 환경 재난과 기후 문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며, 자칫하면 불안이나 공포로 내면화할 수 있다. 이때 부모는 과도한 불안을 막고,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되 실천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통해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전달해야 한다. 이는 기후위기 시대의 부모가 단지 환경 정보를 아는 수준을 넘어, 환경적 태도와 감정을 조율할 수 있는 교육적 존재가 되어야 함을 뜻한다.
부모 교육이 기후위기 대응력을 높이는 구조가 되는 이유
기후위기는 개인의 실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 위기이지만, 개별 가정에서의 변화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특히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은 소비와 에너지 사용, 식품 선택, 생활 폐기물 등 일상적인 활동에서 다량의 환경 자원을 소모한다. 따라서 부모 교육이 가정 단위의 생활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구체적 환경 감수성과 실천 전략을 포함할 때, 그 효과는 매우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하다.
예컨대 부모 교육 프로그램에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기후 친화적 식단 구성법, 유아용품 순환 사용법, 육아휴직과 저탄소 생활 연계 전략, 미세먼지 대응 가정 환경 설계 등의 주제가 포함된다면, 부모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육아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얻게 된다. 이는 단순한 환경교육이 아니라, 가정 교육의 구조를 재설계하는 실천적 모델로 확장될 수 있다.
또한 부모 교육을 통해 부모는 아이의 질문에 제대로 응답할 수 있는 준비를 하게 된다. “기후가 왜 이렇게 변해?”, “왜 플라스틱을 쓰면 안 돼?”, “나중에 바다는 어떻게 돼?”라는 질문에 부모가 망설이지 않고 설명할 수 있어야 아이도 기후위기를 두려움이 아닌 이해와 책임의 관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생각하고 실천하는 모델을 보여주는 것이다. 교육받은 부모는 바로 그러한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더 나아가, 부모 교육이 기후위기를 다룰 때 생기는 긍정적 파급 효과는 공동체 단위로 확장될 수 있다. 한 명의 부모가 실천을 시작하면 어린이집, 학교, 지역 커뮤니티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기후위기 대응 공동체 문화 형성의 기반이 된다. 이는 개인과 공동체, 나와 세계를 연결하는 생태 시민 교육의 핵심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기후위기를 부모 교육의 중심 의제로 설정해야 하는 이유
기후위기 시대에 진정한 부모 교육은 단지 자녀의 인지 발달이나 훈육 방법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삶의 태도와 행동을 가정 내에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과 응답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는 기존 부모 교육의 범위를 확장하는 일이기도 하며, 사회 전체의 교육 시스템이 생태적으로 전환되는 과정 속에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핵심 구성 요소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기후위기 대응 교육의 체계화는 국제적인 의무 사항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네스코와 유엔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일환으로 기후변화 대응 역량을 가정·학교·지역 단위에서 강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부모의 역할이 있다. 한국 또한 2022년 국가환경교육진흥계획을 통해 생애주기별 환경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 부모 교육 프로그램에는 기후위기 교육이 체계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제 부모 교육은 ‘좋은 부모가 되는 법’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세계에서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시민이 되는 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를 부모 교육의 핵심 의제로 삼는 것은 이 전환을 실현하는 가장 실천적이고 긴요한 통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제도적 지원, 교사와 상담사의 전문성 강화, 다양한 양육 문화에 맞는 프로그램 다양화가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결국 부모 교육이 기후위기를 다룬다는 것은, 단지 새로운 정보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삶을 설계하는 철학의 구조를 다시 짜는 일이다. 우리는 아이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나빠지지 않게 하는 책임을 공유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 책임을 수행하는 첫걸음은 바로 부모 교육의 재구성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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