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환경

육아 정책에 환경 기준을 더해야 하는 이유

beautifulsesang 2025. 7. 8. 07:14

‘환경 없는 육아 정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육아 정책은 보육, 양육 지원, 경제적 혜택, 교육적 접근에 집중되어 왔다. 물론 이러한 방향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21세기, 특히 기후위기와 생태 위기가 일상화된 시대에 이러한 정책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 육아 정책은 단순한 돌봄 지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회의 기반을 마련하는 환경 중심의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 즉, 육아는 더 이상 개인의 사적 문제만이 아니며, 지구와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공공 의제로 확장되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은 극단적인 기후 현상, 오염된 공기, 유해한 물질, 플라스틱 환경, 불안정한 식량 체계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이러한 환경적 조건은 아이들의 건강과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장기적으로는 미래세대의 생존 가능성까지 위협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의 육아 정책은 이와 같은 환경적 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채, 여전히 경제 지원 중심의 단기 처방에 머물러 있다.

이 글에서는 육아 정책이 왜 환경 기준을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지, 이를 통해 어떤 실질적 변화가 가능한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정책은 단지 제도적 문서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구조를 바꾸는 힘이며, 아이들의 일상과 미래를 형성하는 가장 강력한 사회적 도구다. 그렇다면 육아 정책에 환경 기준을 포함시키는 일은 단지 새로운 옵션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지키기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육아 정책에 환경을 추가해야 하는 이유

 

 

환경 기준이 없는 육아 정책이 낳는 구조적 문제

 

현재 많은 국가에서는 출산 장려금, 보육료 지원, 부모 육아휴직 확대, 공공 보육시설 확충과 같은 정책을 통해 육아 부담을 경감시키려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지원은 환경적 기준이 부재할 경우, 오히려 환경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육시설 확충이 콘크리트 기반의 실내 공간 위주로 이루어진다면, 아이는 자연과 단절된 환경에서 자라게 된다. 이는 곧 자연결핍증, 감각통합 발달 문제, 환경 감수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유아용품 지원 정책이 ‘대량 소비’를 부추기는 방식으로 설계된다면 플라스틱 장난감, 일회용 기저귀, 포장재 중심의 육아용품 소비를 촉진시킬 수밖에 없다. 육아 바우처를 받은 부모가 생분해성 제품이나 친환경 소재를 선택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단기적 소비는 편리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환경 부담을 증가시킨다. 이는 곧 아이가 살아갈 자원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보육 환경의 에너지 기준도 문제다. 현재 많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여전히 난방·환기 시스템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창문조차 열기 어려운 구조로 설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공기정화기 하나로 미세먼지를 차단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실내 공기질 관리, 자연채광 유도, 건물 단열 및 통풍 기준 강화와 같은 환경 건축 기준이 함께 고려되지 않으면, 아이는 오염된 실내 환경에서 수년을 보내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단지 환경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환경기준이 없는 육아 정책은 결국 아이의 건강, 인지발달, 정서안정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즉, 환경을 배제한 육아 정책은 불완전한 정책이며, 오히려 육아 부담을 구조적으로 심화시키는 역설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환경 기준이 포함된 육아 정책이 만드는 변화

 

환경 기준이 통합된 육아 정책은 단지 환경 보호에 그치지 않고, 아이의 건강권, 교육권, 시민권까지 포괄하는 근본적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유아기의 환경 노출 수준이 크게 개선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보육시설의 설계 기준에 자연 채광, 자연 환기, 저자극 내장재 사용, 인공조명 최소화, 플라스틱 최소화를 포함한다면 아이는 그 자체로도 보다 건강한 실내 환경 속에서 지낼 수 있다.

또한 국가 차원에서 육아용품 친환경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육아바우처 사용처에 환경적 우선순위를 둘 경우, 부모는 보다 책임 있는 소비를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천기저귀 대여 서비스, 생분해성 물티슈, 무향·무독성 세제 구매에 혜택을 부여하는 시스템은 개별 부모의 선택을 구조적으로 친환경적으로 유도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이는 아이의 건강과 지구의 건강을 동시에 고려하는 육아 문화 형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환경 기준이 적용된 육아 정책은 생태 시민 교육의 기반도 마련한다. 유아기부터 쓰레기 분리배출, 음식물 남기지 않기, 자연 관찰, 재사용 교육 등 환경 실천이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된다면, 아이는 환경 감수성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교육이 아니라, 생활 속 구조 자체가 생태적 맥락에서 설계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이 된다.

이러한 변화는 장기적으로 사회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아이는 성장 과정 내내 생태 윤리와 행동력을 함께 내면화하게 되며, 이는 시민으로서의 정체성과 책임의식까지 연결된다. 단기적으로는 환경 비용을 줄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환경 행동 역량을 강화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육아 정책의 미래, 환경과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육아 정책은 단순한 출산 장려나 돌봄 비용 지원을 넘어서, 아이와 지구를 동시에 살리는 전략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 보육기관, 지역 사회가 함께 환경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실행 가능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환경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아이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간주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 육아정책 평가 기준에 환경적 항목을 포함시키고, 공공 보육시설의 탄소 배출량, 에너지 효율, 실내 공기 질 등을 점검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 또한 육아용품에 대한 환경부 인증 마크, 유아용 환경표시제 확대, 친환경 육아 실천 가정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이는 육아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촉진하는 정책적 기반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 전체의 인식 전환이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단지 좋은 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 속에서 존엄하게 자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일이다. 육아 정책에 환경 기준을 포함시키는 일은 결국 인간 중심의 정책을 넘어서, 생태적 사회로 전환하는 첫걸음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진정한 육아 정책은 아이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남기지 않을 것이냐를 기준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우리가 오늘 육아 정책에 환경 기준을 포함하지 않는다면, 미래 세대는 우리가 남긴 위기의 비용을 고스란히 짊어지게 될 것이다. 아이에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남기고자 한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육아 정책의 패러다임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