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생물 다양성 붕괴, 자원 고갈과 같은 환경문제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로 다가오면서, 전 세계는 교육의 패러다임을 다시 설정하고 있다.
특히 환경 문제는 단순히 과학적 지식의 전달에 그쳐서는 안 되며, 미래 세대가 직접 체감하고 실천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영유아 대상 환경 교육’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뇌 발달과 습관 형성이 빠른 유아기 시절에 환경 감수성과 책임 의식을 기르는 것은 성인기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 교육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나 환경 교육은 국가마다 접근 방식, 커리큘럼 구성, 교육 철학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 글에서는 핀란드, 독일, 일본, 그리고 대한민국의 영유아 환경 교육 시스템을 비교하여,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함께 실천 가능한 교육 모델을 탐색해본다.
핀란드: 자연 중심 생태감수성 교육의 대표 모델
핀란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환경 교육 체계를 갖춘 나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핀란드의 유아 교육과정(National Core Curriculum for Early Childhood Education and Care)에는 명확하게 ‘지속가능성과 환경 인식’을 교육 목표로 명시하고 있다.
특히 핀란드는 실내 교육보다 야외 자연 체험을 중심으로 한 학습 활동을 장려한다.
‘우정 숲’ 프로그램(forest kindergarten)은 대표적인 사례로, 아이들이 매일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며
나무, 곤충, 식물, 흙, 물 등 자연 요소와 직접 교감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환경을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로 인식하게 된다.
또한,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텃밭 가꾸기 등 실제 행동 중심 교육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중요한 점은, 교사들은 별도의 ‘지속가능성 교육’ 연수를 의무적으로 이수하며,
아이들의 환경 행동 발달을 관찰하고 피드백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 교육은 단순한 캠페인이 아닌 정규 커리큘럼 안에 내재화되어 있으며, 이는 핀란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나 하나의 행동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구조로 작동한다.
독일: ‘에코키타(Eco-Kita)’와 제도 기반의 통합 환경 교육
독일은 유치원(Kindergarten) 시스템에서 ‘에코키타(Eco-Kita)’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환경 교육을 제도화하고 있다.
에코키타는 정식 인증을 받은 친환경 유치원으로, 독일 환경단체나 지방정부가 일정 기준에 따라 평가하여 인증을 부여한다.
에코키타로 인증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절약 ▲폐기물 감축 ▲친환경 급식 ▲재활용 체계 구축 등 구체적인 지표를 충족해야 한다.
교육 내용 또한 명확하다. 아이들은 놀이 중심 활동을 통해 자연 순환, 자원 소비, 기후 변화 등 핵심 환경 이슈를 접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직접 태양광 모형을 만들어보거나 빗물 수집기를 설치해 관찰하며 에너지 자원 순환을 배운다.
뿐만 아니라, 교사와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환경 실천 프로젝트’가 필수로 운영되며,
가정과 교육기관이 함께 책임을 나누는 방식으로 교육의 지속성을 높인다.
독일의 가장 큰 강점은 정책과 현장의 연결이다.
연방 정부와 지방 교육청은 어린이 환경 교육을 법제화해 적극 지원하며,
교사 연수, 교재 개발, 평가 체계까지 일관된 방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통합은 아이들의 환경 행동 발달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기반이 된다.
일본: 환경 규율 중심의 생활 교육 접근
일본은 ‘공동체 속의 규율’과 ‘생활 속 질서’를 강조하는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환경 교육 또한 질서 있는 생활 습관과 연결해 접근한다.
일본 유아교육에서는 ‘정리정돈’, ‘자기 물건 챙기기’, ‘청소 시간 준수하기’ 등의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원 절약과 환경 보호에 대한 감각을 형성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유치원에서는 급식 후 남은 음식을 남기지 않고 먹는 ‘제로푸드 웨이스트’ 캠페인을 일상화하며,
아이들은 남기지 않는 것이 예의이자 규칙이라는 인식을 갖는다.
또한, 도시 속 자연 체험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식물 재배, 계절 변화 관찰, 벌레와 곤충 기르기 등 체험 중심 교육도 병행된다.
일본은 특히 환경을 '함께 지키는 사회 규칙'으로 내면화시키는 방식이 강점이다.
다만, 일본의 환경 교육은 비교적 정서적 접근보다는 규범과 습관 중심으로 구성되며,
아이의 창의적 표현이나 환경문제의 비판적 접근 측면에서는 다소 제한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아기에 형성된 질서 있는 환경 인식은 성인이 되어서도 높은 환경 준수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 환경 교육의 의지는 있으나 통합 커리큘럼은 부재
대한민국은 2019년 이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교육 중요성을 공론화하면서
영유아 환경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인식을 확대하고 있다.
유치원 교육과정 내에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태도 기르기' 등의 목표가 명시되어 있지만,
이는 아직 구체적인 수업 내용이나 활동 지침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환경 교육은 교사의 자율성에 의존하고 있으며, 환경부나 교육부의 통합 가이드라인이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로 일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분리수거, 텃밭 가꾸기, 재활용 만들기 등의 활동이 시도되지만,
지역별·기관별 편차가 크고 일회성 체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교사들의 환경 교육 전문성 확보도 과제다.
예산과 연수 기회가 부족하다 보니, 교사의 환경 전문성은 개별 노력에 맡겨지고 있는 형편이다.
반면 민간 영역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육아’, ‘친환경 장난감’, ‘환경 교육 동화’ 등 다양한 시도가 나타나고 있으며,
학부모 커뮤니티 내에서도 관련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이 지금 필요한 것은 국가 차원의 명확한 영유아 환경 교육 로드맵이다.
핀란드나 독일처럼 정책, 교사, 부모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를 만든다면,
지속 가능한 세대를 키우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각국의 사례를 비교해보면, 단순히 자연 체험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 커리큘럼 안에 환경을 생활화, 제도화, 내면화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핀란드는 자연과 감성 중심, 독일은 제도 기반 실천 중심, 일본은 생활 규율 중심, 한국은 개별 시도 중심의 교육 체계를 가지고 있다.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국가 차원의 환경 교육 커리큘럼을 체계화하고, 교사 연수 및 학부모 교육과 연계하며,
일상 속 지속 가능한 습관 형성을 유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그 출발은 유아기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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